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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人

“크게 듣고 한발 물러나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원당어페럴 김철 대표.

봉제 산업 아직 희망 있어, 꾸준히 해 나갈 것
소그룹 조직관리로 노조와 좋은 관계 유지해

 

희망이나 행복, 평화 같은 가치들은 어느 날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발견하는 것일까. 분명한 건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 것보다 걸어 나갈 때 이들과 마주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봉제 업체를 이끄는 김철 원당어페럴 대표는 변화무쌍한 현지의 사업 환경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행보를 이어왔다. 이제는 정리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11년째 캄보디아에서 봉제 사업을 이어 온 그의 물 흐르듯지나온 얘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25년 경력의 봉제 분야 베테랑 사업가다. 11년 전 캄보디아에 정착해 원당어페럴을 설립한 그는 한국의 의류기업인 인경어페럴과 계약을 맺고 의류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여성 수영복, 드레스, 유아복 등이 주력 상품으로 이곳에서 만든 제품들은 100% 미국으로 수출한다. 봉제 분야 특성상 계절에 따라 주문량이 다르고, 1년 중 두세 달간 비수기를 겪기도 하지만 큰 위기 없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캄보디아는 현재 지속적이고 급격한 임금 상승과 노동쟁의,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사업하기 녹록지 않은 나라로 통한다. 실제 꾸준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폐업하기도 했고, 인근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그가 꾸준한 행보를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안전, 안전, 안전!

원당어페럴에는 현재 1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대표로서 그가 가장 유념하는 일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기계를 이용하는 공정이다 보니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긴장 속에서 산다는 김 대표는 관리 직원들과 함께 비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가 시작되는 7시부터 직원들이 퇴근하는 6시까지 무사고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천여 명의 직원 모두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근무하는 것이 하루하루의 목표입니다.”

노동집약적인 봉제 산업 특성상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중요한 만큼 기술력 향상도 중요한 요소일 터. 김 대표는 체계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캄보디아 직원들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것은 먹고 살기 빠듯한 생활로 교육 여건이 좋지 못해서라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기술 습득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공장에 근무하는 베트남 직원들은 기술력이 높고 필리핀 직원들은 검사와 주문 관련 업무에 강점을 보입니다.” 이에 김 대표는 기술력이 출중한 직원을 5개 라인마다 배치해 기술력 향상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그룹별 성과제도를 도입해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를 제공,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관리 방식으로 실제 생산량이 많아졌고 근무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직원 목소리 크게 들으니 큰 분쟁 없어

캄보디아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직원 관리에서 어려움이 많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곳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노동쟁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사전에 분쟁을 방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쟁의가 일어나면 전 직원이 수일 동안 파업을 하므로 납품에 큰 차질을 빚습니다. 결국, 바이어의 신뢰를 잃어 거래처가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죠. 평소에 자주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라인별로 회의를 연다. 그가 주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 그룹의 반장이 주도한다. 그도 한 달에 한 번은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요구사항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왔다. 환경, 시설 등 직원들이 원하는 바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절충안을 찾는다. 미리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제기된 사안들을 공론화해 전 직원과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원당어페럴은 지난 10년 동안 노조와 큰 분쟁 없이 지내왔다. “해당 공장에 문제가 없어도 지역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쟁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빈도가 적고 강도, 시기 등의 수위가 낮죠.”

처우개선에도 공을 들여왔다. 6개월 근무 시 5%의 퇴직금을 지급하며 2주마다 식대를 따로 제공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올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직률도 낮아졌다. 직원의 60%가량이 5년 이상 근무했다는 사실은 이직률 높은 현지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진로 전환, 때론 후회도그래도 희망 품는다

김 대표는 본래 엔지니어 출신으로 젊은 시절 삼성전자에 입사해 전자제품 검수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그가 봉제 분야로 전환한 건 봉제업을 하던 선배를 주말마다 보면서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고향인 대전에 쉬는 날이면 내려가곤 했는데 당시 대전에 봉제업이 성업했었습니다. 선배가 일하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었죠. 젊은 패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요. (웃음)”

본격적으로 봉제 분야에 뛰어든 그는 과테말라에서 봉제 소매업을 몇 년간 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공장을 접고 캄보디아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힘들고 긴 외국 생활로 지칠 때면 왜 어려운 길을 택했나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한 발 한 발 내디뎌 왔다는 김 대표는 어느덧 25년 베테랑 사업가가 됐다.

오랜 경험을 가진 김 대표지만 캄보디아에서의 사업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도 그렇고 값비싼 전기료도 그렇다. 전력을 수입해서 공급하는 캄보디아는 인근국 가운데 전기세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당어페럴의 경우 한 달에 1600여만 원 정도 전기세를 내야 한다고.

수출 집약 산업의 경우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쟁의와 파업 등으로 바이어들이 캄보디아에 선뜻 주문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회사들도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수가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희망을 본다.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여 기대해 볼 만 하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때고 힘들다고 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마주해 오는 현안을 헤쳐온 게 벌써 11년입니다. 어느 분야든 간에 손을 털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높낮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봉제 산업은 캄보디아의 기간산업으로서 발전을 계속해 나가리라는 것이 김 대표의 전망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겸손하게 살 것, 도약도 노려볼 것

그 안에 어떤 신념이 있길래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중히 여기는 경영철학을 실천해 나가는 건지 궁금했다. 김 대표는 거창한 철학은 없다면서 물 흐르듯이 생활하자는 게 신념이라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원당이라고 지은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아가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억지스럽게 가려고 하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물 흐르듯 나아가 더 넓은 물에 닿을 목표도 세우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규모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현재 1공장과 2공장을 운영 중인데 여건이 되면 공장을 하나 더 늘리고 싶습니다. 넘치면 놓치는 부분이 많으니 딱 그 정도로만 목표를 잡을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소망하는 바를 물었다. 김 대표는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직원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들 가정에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고요. 제가 있어서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기에 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직원들의 건강이 제겐 가장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봉제업에 뛰어들면서 인연이 돼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와 함께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자식들에게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자식들이 한편으론 대견하다는 그다.

그가 5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인 이유가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며 자연스럽게 전진하고 또 꿈꾸고 있어서는 아닐까. 자연스럽게 흘러갈 원당어페럴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취재 : 김시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