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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김병기 위원장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60개국 650여개 업체 참가.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 원자력 포럼 개최 “원자력,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안전한 관리를 전제로 원자력 발전은 가장 경제적인 클린 에너지라는 평가 제기

원자력 발전소 안심 에너지 되려면 통합공사화해야

사회적 책임 강화해 안전성∙신뢰성 회복할 수 있을 것

 

에너지 정책수립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수요를 예측한 후 공급계획이 수립되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후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속도가 붙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폐쇄에 이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혼란의 시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에너지정책에 보다 신중 기해야


지난 달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운영이 영구 정지된데 이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간 공론화 작업을 거친 후 시민배심원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예상했듯, 논란이 매우 뜨겁다. 현재 약 30%의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미 집행된 금액만 16000억 원. 여기에 보상비용까지 더해지면 매몰비용은 2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정책이 한 가지 면만을 보고 결정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경제성이 좋다고 무조건 원자력을 많이 건설하자고 주장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에 즉시 중단하자는 식의 방식은 바람직한 결정 방식이 아닙니다. 정부와 국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학계와 현장 원자력 종사자 등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경제환경적인 논리만을 들어 중단을 찬성할 것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에너지정책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유감스러워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 나가야 하는데 공약실천을 이유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이 변경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한다.

미래는 에너지전쟁이라고 할 만큼 앞으로 에너지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어느 분야에서 얼마만큼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탈원전 기조에 앞서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되는 31.5%의 발전전력을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지, 에너지 확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원자력은 필수불가결 에너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각광을 받던 에너지원에서 폐쇄의 대상이 된 데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겪으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원자력에 의지하는 것은 그것의 효율성을 능가하는 다른 대안 에너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는 국제 원자력 포럼을 개최하고 원전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태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고 합의 과정이 쉽지 않아 설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전종사자의 고용안전과 대안이 마련된 탈원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친환경 에너지가 충분히 보급된다면 원자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불가피하게 지속해야 하는 것이지요.”

김 위원장이 지난 달 국정기획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 자리에서 그는 98%의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현실에서 대안 없는 탈원전 주장은 국가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피력했다.

 

 

통합공사화 통해 안전성 확보해야


결국 쓰긴 쓰되,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어 운영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지진이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쓰나미였습니다. 진앙지와 가까이에 위치한 오나가 원전이 무사했던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평소 해일에 대해 대처를 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민간 기관의 효율성 중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이자, 지진으로 인한 사고 위험에 대한 과도한 염려를 일축한 말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통합공사화를 주장해 온 데는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책임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높여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각 분야가 분리 운영되고 있어 일관성 있는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연료, 설계, 운영, 보수, 해체, 폐기물 관리를 하나로 묶어 국유화 형태로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면 안전성이 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책임경영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김 위원장은 향후 원자력산업 통합공사화 타당성 확보를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홍보를 통해 충분히 설명한 후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주어진 역할 다 할 것


93년 한전 시절 지부 집행위원으로 노조에 처음 발을 들였다는 김 위원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특별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공사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인식하고 지역 불우한 주민에 대한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오고 있다. 1부서 1촌 활동, 봉사 마일리지제도 등을 운영할 정도로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서는 당장의 현안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말한다. “제로원전 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되게 되면 민관 할 것 없이 대안 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큰 그림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김 위원장은 노조원들에 입장을 대변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정부와 국회를 자주 오가며 전체 노조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지난해 9.12 지진이 일어났을 때 97% 직원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출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위원장으로서 그들의 책임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노조원들이 보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주어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김 위원장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외부적으로는 통합공사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며 서둘러 일어난 그는, 세월이 지나 열심히 일을 했던 노조위원장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김시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