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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외동포 사업가에서 한글학교 교장까지, 엄정호 반둥한인회 회장

재외동포 자녀들에 한글교육, 한사모 지원 등 문화 사업에 정성
긍정적 태도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에서 한인들을 단합하고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고 있는 엄정호 회장의 이름 앞에여러 개의 수식어가 붙는다. PT. ING INTERNATIONAL 대표, 반둥한인회(KOREAN ASSOCIATION BANDUNG) 회장, 한글학교 교장, 직업훈련원 설립자 등이다. 화려한 수식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경찰청장 공로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세무청장 우수표창장,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 인물 대상 등 수상 이력도 다채롭다. 최근에는 2017년 글로벌 재외동포 대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타국의 땅에서 신뢰와 긍정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엄정호 회장을 만나 인도네시아 정착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대우맨 옷 벗고 사업가로실패와 재도전 겪으며 사업 성공해

엄정호 회장이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대우그룹의 주재원 시절부터다. 니트 의류 생산업체에 파견되어 수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곳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주재원 임기를 무사히 마친 그에게 이번에는 중국 파견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엄 회장은 주재원이 아닌 사업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 비전이 있을 꺼라 확신한 엄정호 회장은 자카르타에 의류제조 회사를 열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순항도 잠시, 예상치 못한 데에서 파고에 휩싸였다.

근무시간, 야근시간 등 불만을 품은 불법노조가 거세게 결성되어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불법노조로 인해 결국 3년 만에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2년 여간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 방황하였고, 힘들었습니다.”

힘들어 하는 엄 회장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준 것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천지태 상무이다.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천지태 상무는 엄 회장에게 힘을 주었고, 다시 한 번 도약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지기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PT. ING INTERNATIONAL2005년 반둥지역에서 시작하였으며, 미국으로 100% 수출을 하는 수출전문 기업니다. 현재 3,500여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굴지의 회사로 성장하였다.



Trust, Proud, Happy’ 모토로

PT. ING INTERNATIONAL의 직원들은 매일 아침 Trust, Proud, Happy를 외치며 업무를 시작한다. 서로 믿고 신뢰할 것, 자긍심을 가질 것, 기쁘게 일 할 것. 이 세 가지는 그가 세운 회사의 모토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노사협의회(We can do Team)를 통해 직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소통하려고 애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기후나 종교 등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느긋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느리고 답답한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착하고 순한 성품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엄 회장은 관리자들에게 직원들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일을 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반둥에서 부는 한류바람을 타고 한글학교 운영, 한사모 지원 등 문화 사업에 역점

엄 회장의 또 다른 직함은 반둥한인회 회장이다. 2008년에 4대 한인회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해 다시 8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하고 있다. 회장으로서 그는 대사관에서 전달하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제도나 정책에 관한 정보를 동포들과 공유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다. 머나 먼 타국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한인회는 타국살이의 길잡이이자 구심점이며 활력소다. 바쁜 와중에서도 한 데 모여 얼굴을 맞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가 서로의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무엇보다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한글교육과 문화 사업이다. 반둥한인회 산하에는 한인동포 2세를 위한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교장을 맡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글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자금 모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한국 문화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동포들을 만날 때이다.

대한민국의 독도가 어디에 있냐고 묻는 질문에 답을 못 하는 동포 2세들이 많습니다. 타국에서 태어나 자란다고 해서 그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글, 역사, 예의, 전통문화의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세대의 의식개선과 실제로 꼭 참여해 보길 엄 회장은 거듭 당부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수업에 참여하며 변해가는 아이들을 볼 때, 엄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고 한다. 또한, 그곳에서 순수한 사명감으로 봉사하는 교사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보내줄 것도 당부했다.

문화사업의 일환인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자발적 모임)는 원래는 한인회 산하가 아니였으나, 엄 회장이 8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의 문화, K-POP, 국악, 검무 등 전통문화를 배우고 사랑하는 한사모를 반둥한인회로 흡수하였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하나로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고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그다. 한류 열풍까지 불고 있어서 현지 반응 역시 매우 좋다. 한인회 차원에서 장소, 물품, 인력 등 다양한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 인도네시아 젊음 청년들의 멘토

교육자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엄 회장은 한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회사를 출퇴근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이 안타까워 직원훈련원을 세우고 취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훈련을 받은 수료자들은 각 분야로 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조용하고 무료했던 시골마을에 활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활발히 일하고 꿈을 위해 쫓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일해 왔던 만큼 이제는 현지인들과 뜻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직업훈련원은 그러한 꿈의 첫 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안동대학교와 상호 문화교류 증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이다.

인도네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 해외인턴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일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를 세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입니다. 큰 그림을 그리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양국의 청년 멘토로서의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 긍정과 감사

긍정적이지 않은 자, 이곳에 들어오지 마라엄 회장의 사무실 입구에 씌어 있는 말이다. 사업 초기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 사고방식 덕분이었다.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 삶의 철학입니다. 삶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성공한 재외동포 사업가로 지내면서 한인 그리고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하는 엄 회장의 행보를 보면서 조국에 대한 그의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타국에서 혼란한 정국 소식을 들을 때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던 그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바람도 크다.

저는 사업가이니만큼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잠재력이 많은 나라입니다. 더욱 전략적으로 진출을 한다면 한국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니 달리보이고, 달리보이니 관심이 생기고, 그리하여 자신의 일로 승화시키고야 마는 엄 회장의 공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꿈을 위해 달려왔고, 또 꿈을 위해 달려가는 엄 회장의 앞날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