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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송·연극에 비친 판문점과 DMZ는?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연극 ‘워킹 홀리데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스며든 장면이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를테면 영화나 방송에 등장한 배경화면이 뇌리에 콕 박히는 것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가 대표적이다. 영화와 방송, 연극 속에서 표현된 이곳의 모습을 소개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왼쪽) 2001년 7월 서울시가 한강시민공원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를 상영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오른쪽)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속 판문점의 모습.(사진=CJ엔터테인먼트)
(왼쪽) 2001년 7월 서울시가 한강시민공원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를 상영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오른쪽)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속 판문점의 모습.(사진=CJ엔터테인먼트)

적막감이 흐르는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총성 소리가 연이어 들린 뒤 한 병사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중간을 넘어오다 쓰러진다. 남측과 북측 군인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이 이어진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다.

이 영화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내 JSA에서 벌어지는 남북 군인 간의 총격 사건을 추리극 형태로 풀어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 위 살해 사건에 대해 북한은 남한의 기습테러 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로 각각 엇갈린 주장을 한다. 결국 양국이 스위스와 스웨덴으로 구성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수사관을 기용해 잘잘못을 가리는 내용으로, 분단의 아픔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준 영화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UN사령부 경비대대 소속 이수혁 병장은 비무장지대를 수색하던 중 지뢰를 밟고 북한군 정우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서로를 당연히 적이라고만 여겼던 이들은 그 사건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후 돌멩이에 쪽지를 묶어 던지거나 담배를 교환하는 등 소소한 교류를 시작으로 초소까지 왕래하기에 이른다. 언제 다시 적이 될지 모르는 대립 상황에서 정(情)이 먼저였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들키자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누가 누구에게 총을 겨눴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수혁 병장의 자살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는 기존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북한을 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렸다. 사상이나 이념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갈등을 중심으로 분단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영화의 인기 요인은 비단 줄거리만이 아니었다. 작품 제목인 JSA를 실제 크기의 80%로 지은 세트장이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의 효율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크기는 축소하되 실제 현장의 긴장감, 처연함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 팔각정에서 소비 소령이 대사를 뱉는 장면에서 우산과 팔각정 지붕이 오버랩되는 연출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다만 세트는 공간의 제한성 때문에 곳곳에서 옥의 티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영화이기 때문에 고객을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다. 경기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영화 촬영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2009)

영화 ‘DMZ, 비무장지대’에는 분단국가의 슬픔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청어람
영화 ‘DMZ, 비무장지대’에는 분단국가의 슬픔과 긴장감이 드러난다.(사진=청어람)

영화 ‘돌아오지 않는 다리’ 속 한 장면 ⓒ인디스토리
영화 ‘돌아오지 않는 다리’ 속 한 장면.(사진=인디스토리)

단편 영화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도 판문점이 등장한다. 영화명이자 실제 장소인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공동경비구역의 서쪽을 흐르는 사천에 놓여 있다. 원래 명칭은 ‘널문다리’였으나 1953년 7월 휴전협정 체결 이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휴전 이후 전쟁포로들은 이 다리 위에서 남한과 북한 중 한 곳만을 선택해야 했다. 상대편이 지급한 피복과 군화조차 모두 벗어버리고 맨몸으로 건너야 했던 이 다리, 한 번 정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줄거리는 역시 남북 대립을 바탕으로 한다.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의 새벽,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수색대 소대장이 사고로 지뢰를 밟게 된다. 빠르게 호송해야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길목에서 북한군들과 맞닥뜨리며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양측 군은 지나쳐 가기로 한다. 그럼에도 안심은 금물. 국군은 수류탄을 꼭 쥔 채 지나간다. 그 순간 북한군 측에서 손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하지만 북한군은 담배 필 때 빌렸던 라이터를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영화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포용력과 신뢰를 말하고자 한 셈이다.

DMZ, 비무장지대(2004)

영화 ‘DMZ, 비무장지대’ 포스터.(사진=청어람)
영화 ‘DMZ, 비무장지대’ 포스터.(사진=청어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규형 감독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12월 12일까지 전방 DMZ 수색대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휴전협정 당시 휴전선으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지역이 바로 비무장지대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1979년. 등장인물인 이 병장의 제대가 코앞인 어느 날 대통령의 죽음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DMZ를 감싼다. 안개가 가득 낀 비무장 지대로 들어가는 수색대원들을 비롯해 영화는 현실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 극

워킹 홀리데이(2017)

연출가와 배우들이 비무장지대 300km를 걸으며 체험한 분단의 현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연극 ‘워킹 홀리데이’의 이야기다. 무대 한가운데는 DMZ 풍경을 축소한 모형이 놓여 있다. 배우들이 걸으면서 실제 촬영한 영상이 틈틈이 상영되고 객석 뒤편까지 무대로 활용된다. 극장 안에서 연기하는 모습들도 캠코더를 통해 중계된다.

대개 워킹 홀리데이라고 하면 나라 간에 협정을 맺어 해당 국가 젊은이들이 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한 제도를 떠올릴 것이다. 연극명도 그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DMZ가 외국만큼 낯선 환경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걷는 행위로 DMZ가 가진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형태이다 보니 극은 뚜렷한 갈등 없이 진행된다. 배우들은 도보 여행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느낀 다양한 감각을 표현한다. 장난감 총으로 사격 훈련을 하는 배우부터 철조망, 군인, 실제 장소들을 축소한 미니어처를 활용해 배우들은 도보 여행을 재현한다. 

내 사랑 DMZ(2010)

비무장지대에 묻힌 많은 병사를 위로하는 동시에 이곳의 환경오염 문제를 짚는 연극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극으로 풀어낸 게 특징이다. 평온하던 어느 날 DMZ에 경원선 철도 부설 소식이 날아든다. 동물들은 경원선이 조성되면 인간의 발길에 따른 환경오염을 염려한다. 하지만 인간을 상대로 겨루기 어려운 동물들은 6·25전쟁 당시 전사한 UN군, 국군, 중공군, 인민군을 되살려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동물들은 무당과 곰쓸개, 마늘, 쑥 등을 동원해 군인들을 다시 살린 뒤 힘을 합쳐 DMZ 평화를 위해 나선다.

별난 야유회(2018)

엉뚱하고 별난 성격의 소유자, 허 씨 부부가 비무장지대로 소풍을 떠나는 이야기다. 군대에 간 아들 면회를 가겠다며 결정한 소풍지는 DMZ. 이곳으로 찾아온 부모를 보고 난색을 표하던 아들은 그새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갑자기 북한 병사 한 명이 넘어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다. DMZ 야유회를 통해 전쟁이 아닌 통일의 꿈을, DMZ가 녹색지역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제작 의도가 반영됐다.

축 제

DMZ 국제다큐영화제

제9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포스터.(사진=DMZ Docs 누리집)
제9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포스터.(사진=DMZ Docs 누리집)

DMZ 국제다큐영화제(DMZ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는 DMZ를 배경으로 한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한자리에 모은 다큐 축제다. 2009년부터 시작돼 10회째를 맞는 올해는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평화와 소통,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DMZ가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주류 장르의 매력을 알리며 다큐멘터리 관객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영화제 초기부터 매년 진행해온 ‘DMZ Docs 청소년 다큐제작워크숍’에 이어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상으로 쓰는 생애 이야기’, ‘시니어 관객단 다큐필’을 운영한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영화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토크와 강연을 비롯해 DMZ 포차, 1박 2일 DMZ 투어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될 예정이다.

방 송

DMZ, 더 와일드(2017)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는 비무장지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태를 담아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DMZ의 생태계를 공개하며 광활한 초지 위 생명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배우 이민호가 프리젠터로 나서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DMZ 인접 지역에는 식생우수지역, 습지, 희귀식물군 서식지 등 다양하고 중요한 자연생태지역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고등식물과 척추동물 2930여 종이 서식하는데, 한반도에 서식 및 분포하는 동식물의 30%에 해당한다. 두루미, 저어새, 수달 등 멸종위기종 82종이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여주면서도 ‘우리는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DMZ에 출입하려면 몇 군데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장면, 대남방송이 매우 가까이서 들려오는 장면 등 분단국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DMZ, 더 와일드 프로그램 속 한 장면.(사진=MBC)
DMZ, 더 와일드 프로그램 속 한 장면.(사진=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2018)

인기 방송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판문점을 찾아볼 수 있다. 판문점을 비롯해 비무장지대와 휴전선,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임진각 등 우리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탐방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에서다.

방송에서 비춰졌듯이 DMZ 투어로 의미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우선 임진각 관광지는 6·25전쟁과 그 이후 대립에 따른 각종 유물과 전적기념물이 조성된 공간이다. 경의선 남측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에서는 도라산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직접 관망할 수 있다. 이밖에도 통일 염원을 담은 안보교육장, 통일동산(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북녘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매기봉, 북한 생활용품과 군사 장비 등이 전시된 열쇠전망대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 속 한 장면.(사진=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 속 한 장면.(사진=MBC 에브리원)


해외 영화 속 판문점·DMZ

영화 ‘솔트(Salt)’는 미국 CIA 요원이 북한 핵시설을 파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모진 고문을 당한 뒤 풀려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때 포로 교환의 배경은 판문점 일대. 주변 건물이 스크린 안에 잡히며 긴장감을 더한다.

DMZ를 배경으로 북한과 서방 사이 갈등을 그린 영화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도 있다. 주요 줄거리는 북한 내 테러 세력을 제거하는 007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이다. 제임스 본드는 북한에 침투해 무기거래상으로 위장하고, 문 대령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신분을 들킨다. 북한 병사들에게 잡혀 수감된 이후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고, 음모를 꾸미는 세력에 맞서 싸운다.